한국 SaMD 의료기기 규제 및 승인 현황

헬스케어
2020-03-26
Oliver Kim

골든타임을 놓친 가장 큰 이유는 3박자가 맞지 않다. 기업에서 만들고, 식약처가 허가를 낸다 하더라도, 병원에선 사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국내 환경에서 기업들은 임상 능력과 기술, UX 등을 확장시키지 못하고 있다. RPG 게임을 예를 들면 유저(기업)가 몬스터를 사냥(연구)해서 열심히 레벨업을 하고(제품 개발), 아이템(인허가)을 갖췄지만 강력한 보스를 잡기 위한 파티(병원)는 필드(국내 환경)에서 안 껴주는 것이다. 그러니, 보스의 경험치를 얻지 못해 아무리 몬스터를 잡아도 레벨업의 한계가 있고, 사냥 또한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파티를 안 껴주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아래 두 가지가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1. 이미 병원에 동일하거나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의사(예를 들어 영상의학) 혹은 간호사 등이 있다는 것. 2명의 구성원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면, 병원장은 고민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 반발이 있을 것이고, 관련 의료진들은 학회나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제품을 막으려는 단합을 할 수도 있다. *오히려 반대로 이러한 도전적 제품을 시도해보려는 의료진들도 많다.
  2. 그리고 또 하나는 사용할만한, 설득의 가치가 무엇인가?이다. 주된 SaMD의 제품 중 하나인 의료 영상 판독은 몇 초 단위로 의사보다 비교적 높은 정확도를 보이며 이상 유무를 판단해준다고 한다. 그렇다고, 의사 대신 정말 단독으로는 사용할 수 있을까?
    기업들도 의사+제품으로 방향을 정하여, 임상을 통해 (의사 단독, 제품 단독, 의사+제품)의 각각 정확도를 측정하여 논문을 출판하고, 마케팅을 한다.
  3. 하지만 왜 도입을 안 하려고 하는 것일까? 물어보면, 국내 제품의 신뢰도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미국 내 기업과 기술(학습 모델, 논문 등)과 사용 중인 병원들을 비교해보면, 국내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진단 제품과 다르게, 값 즉 판독이 틀렸다고 제품 탓을 할게 아닌 영역이기 때문에, 의사들도 신중을 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 국내에서 사용을 안 하니, 더 많은 연구와 개발을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를 풀어낼 마케팅과 영업을 못하고 있었고, 못했기에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이미 AI의 기술 선점은 거의 끝이 다 왔다. 선점한 기업들이 다양한 제품군을 만들어내고, 의료 영역에서도 이러한 기업의 안정화된 선점 기술을 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IBM의 왓슨이 국내에 상륙했던 것처럼(병원들은 정작 마케팅용으로 활용을 했지만), 앞으로도 다양한 영역의 SaMD 제품들이 내려올 것이다.
그때 우리는 경쟁력 있는 제품이 있을 것인가? 골든타임이 지난 이때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이상의 기업의 영업과 마케팅에 달려있다.
의사들과 학회와 대학 등에 직접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좋은 관계를 구축해 나아가야 한다. 그러면서, 국내 의사들과 다양한 국내 인구집단들의 코호트를 구축하여, 논문을 많이 쓰고, 의사들의 니즈가 있는 제품군들도 파일럿으로 제공해주면서 환심을 사야지만 국내 기업들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 사용되는 사례를 만들어내야, 해외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고.(동남아 방향) 나아가 자생할 수 있는, 기업이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식약처 공고 주요 내용>

혁신 의료기기 소프트웨어의 중대한 변경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혁신 의료기기 소프트웨어의 변경허가 또는 변경인증대상을 명확화 혁신 의료기기 소프트웨어의 제조허가 등을 받은 사항 중 중대한 변경이 발생한 경우에만 변경허가 또는 변경인증을 받도록 하고 중대한 변경이 아닌 변경사항인 경우에는 보고로 갈음하여 자율 관리토록 함. 이에 아래 경우에만 변경허가 또는 변경인증을 받으면 된다.

  1. 사용목적의 추가 또는 변경
  2. 생체신호, 의료영상 등 분석대상과 분석기법에 대한 작용원리 추가 또는 변경
  3. 질병의 진단, 치료 또는 예측 등을 표방하거나 암시하는 기능의 추가 또는 변경

지난 20일에 발표된 식약처 공고에 따르면, 한국의 SaMD(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이른바 혁신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변경이 05월부턴 쉬워진다고 한다.
현재 등록(허가)되어 있는 품목은 약 15개 수준이며, 임상 또한 약 20여 건 정도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식약처가 해당 분야를 뒤늦게나마 키워보려고 허가 절차와 이번엔 변경 절차까지 간소화하여, 해당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것 같지만. 골든타임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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